예술의 전당 모딜리아니전 관람후기

날짜
2015.09.23
조회수
129
등록자
김경아


몇 십년만의 문화충전여행, 그것도 예술의 전당으로...

소풍 앞둔 어린애마냥 괜시리 들뜬 마음에 잠을 설쳐 천근만근 무겁고 몽롱했지만 피곤함은 나중에 처리하기로 하고 일찍 집을 나섰더니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30여 년 전 학창시절에 보았던 잔느의 초상을 떠올리며 자제하려해도 지리하리만큼 긴 버스에서의 불편한 부동자세는 그의 진품 70여 점을 볼 수 있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다독이기에는 부족함을 느꼈다.

예술의 전당 건물이 보이기 시작하자 지방에서 처음 단체로 한양 온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아이들을 이것저것 단도리시켜놓고 드디어 전시관에 도착했다.




토요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어 나긋나긋한 도슨트의 설명을 자세히 알아듣기는 어려웠지만 다시 한번 더 그의 내면의 세계를 알아보고자 천천히 음미해보았다.

전반적으로 가늘고 긴 형태의 인물화를 주로 그렸지만 그의 건강과 경제적 여건이 여의치 않아서인지 어딘가모르게 기울고 무표정한 우울함은 어둡고도 무거운 느낌을 주었다.

그래도 사랑하는 잔느를 만나 가정을 이루며 그림이 점차 안정되어간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모딜리아니의 건강이 재능을 받쳐주지 못했다는 점과 얼마나 사랑했으면 잔느는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생각하니 안타까움에 마음이 미어졌다.




그런 와중에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들 녀석이 자꾸 "누드화는 진짜 벗은 사람 보고 그리는 거야?", "왜 그리는 건데? 그래도 되는거야?" 라고 누드화에 급관심을 보여 경건한 분위기에 민망한 상황이 유발되어 아쉬움을 뒤로한 채 얼른 정리를 하고 전시관을 빠져나왔다.

그밖에 한가람미술관에는 모딜리아니전 말고도 보테로전, 키아전도 열리고 있었는데 밝은 색감과 풍만한 양감의 보테로전은 자꾸만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자유시간이 주어져 밖으로 나와 광장을 맘껏 누비며 음악분수도 구경하고 핸드메이드라 고가인 아트마켓은 눈요기로만 만족하고 계단광장을 내려오는데 한글서예가의 붓글씨 퍼포먼스가 있어 아이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하려고 봤더니 눈도 떼지 않고 보아서 흐뭇했다.

그리고 가우디전도 열리고 있어 처음 아이들과의 장시간 문화충전여행이 짧은 전시관람만으로 끝내기에는 아쉬움이 너무 커 "왜 이렇게 서울에만 좋은 게 다 있는거야?" 라며 푸념 아닌 푸념을 해대며 쉬 떨어지지않는 발길을 재촉했다.

우리 목포꿈다락이 건재하는 한 다음 기회는 분명 있을거라라고 믿으며.




늦은 시간이라 아이들은 집에 오자마자 곯아떨어졌지만 모딜리아니 그의 내면의 감정이입이 되었는지 쉽사리 잠은 오지않고 잔상으로 남아 쓸데없는 오지랖이 원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그의 짧은 생애를 떠올리니 <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명제앞에 자꾸 숙연해지는 것은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