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콘서트 유진규의 '마임' 관람 후기

날짜
2015.11.28
조회수
130
등록자
이보영
'행복을 주는 사람'이라는 노래가 있다.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행복을 주는 날'이 있다. 바로 내게 행복을 주는 그 날~♪ 문예회관 가는 길 험하고 멀지라도~~♬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이 내겐 행복을 주는 날이다. ^^

나는 이 정도로 하우스 콘서트를 사랑한다. 그리고 달이 거듭될 수록 애정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문화 사업 중 꿈다락문화학교 다음으로 맘에 드는 정책이다. 특히 소외계층을 비롯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전폭적인 홍보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매 달 다른 장르로 열리는 하우스 콘서트는 그래서인지 다음 달 공연이 더 궁금해지고 기대가 된다.

11월은 마임이다.

대한민국 최고 마임 아티스트 유진규의 마임!

최고라는 수식어는 흔하게 쓰이기도 하지만, 잘한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막 붙일수 없는 수식어다!

최고의 마임 아티스트의 공연에 그 어느때보다도 기대가 컸다.

유진규라는 이름 석자가 가지고 있는 명성을 무대 위에서 아주 가까이 마주한다는 것 만으로도 행운이므로



40년간 마임이라는 외길을 걸어온 마임 아티스트의 공연은 과연 어떻게 펼쳐질까?

이처럼 부푼 가슴과 설레임으로 무대를 기다려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기분좋은 긴장감 속에서 유진규의 마임은 나를 겸허하게 만들었다.

먼저 64세의 연세라곤 미껴지지 않는 탄탄하고 건강한 몸과 전문가다운 통찰을 지녔으며 정의롭고 올바른 정신과 혼을 가진 마임 아티스트 유진규는 진정한 예술인임이 틀림없다.





하우스 콘서트 역사 상 가장 많은 인원이 들어찬 무대에 예사롭지 않은 등장에 꼬마친구들의 까르르 웃음소리가 여기저기 터진다.

유진규 혼자 오롯이 자신의 몸 하나만으로 산만하기 그지없는 무대를 1시간 넘는 시간 동안 이끌어간다.





일단 등장하는 순간 어린 관객들이 너무 많이 앉아 있어 사뭇 놀라신다.

관객의 연령대 차이가 커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걱정이 되셨을거다. 자연히 어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공연을 시작하신다.

먼저 마임의 정의부터 친절히 설명해 주신다.

마임은 몸짓과 표정으로 내가 생각하는 것을 보여주는 행위이다. 또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가진 특징을 말을 할 필요가 없이 몸으로 표현해 낸다.

아주 명쾌하고 적확한 정의이다.

모든 사물은 그것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으므로~



나비를 묘사하는 4가지 표현인 '너울너울~ 훨훨~ 나풀나풀~ 팔랑팔랑~'을 모두 함께 아이처럼 직접 손으로 표현해 보며 첫 작품 나비를 감상한다.

나비야~나비야~노래와 함께한 마임 나비는 마치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 했다.

60대의 몸과 얼굴에서 10대 소년의 천진난만하고 순박한 표정과 행동을 자아내니 참으로 경이롭다. 그리고 우리는 추억에 젖고 동심으로 돌아간 듯 해맑은 미소로 화답한다.



아들은 어두운 조명에 음산한 배경음악 그리고 유진규의 소름이 돗는 듯한 실감나는 연기에 가면을 보면서는 무섭다고 했다.



그런데 문화예술회관에서 하는 공연을 볼때마다 아쉬운 점은 음향 실수이다. 오늘도 제때 음악이 나오지 않아 유진규 선생님이 한동안 정지 자세로 기다리시다 급기야 '음악 주세요'라고 소리를 쳐 시작되기도 했고, 내가 나이 들어가서 소리가 작게 들리는 건가? 내 귀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텐데.... 늘 음악소리가 작다는 느낌이다!

오늘도 음악소리가 더 컸으면 몰입에 더 도움이 됐을텐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또, 추운 날씨를 배려해 실내를 따뜻하게 배려해주심은 감사한데 온방이 과했나 보다. 마치 찜질방에서 공연을 보는 것 같이 후끈한 온도에 몸이 나른해지며 피로감이 몰려왔다.

작품마다 그에 대한 배경지식과 기획의도, 전달하고픈 의미까지 자세히 설명하는 시간이 꽤 길다보니, 이를 이해하기 어려운 어린아이들은 덥다는 핑계로 자꾸 무대 밖으로 탈출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아이들이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공연 분위기가 더 산만해졌던 것 같기도 하다.

훌륭한 공연을 기획하는만큼 관계자분들께서 무대환경과 연출에도 섬세하게 신경 써주신다면 더욱 빛이 나는 공연이 되지 않을까?





처음에는 단순히 마임공연만이 쭉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왔는데, 작품설명시간이 길어서 그 시간동안 아이들은 다소 지루하게 느끼기도 했던 것 같다. '유진규의 마임' 보다는 '유진규의 마임과 강의' 처럼!

물론 설명은 필요 불가결하였지만, 더 많은 작품을 보지 못해 아쉽기도 했다.

한편으론, 그 분의 마임 강의를 들을 수 있다니 얼마나 영광인가~또 유진규선생님의 주옥같은 한마디 한마디는 가슴을 찡하게 만들기도 했다.

세월호를 언급하시며 '몸은 생명인데 바닷속에 있는 몸을 국가나 사회는 학대하고 있다'

우리 모두 알고 있으나 서서히 잊혀져 가는 이 시점에 몸을 통해 다시 상기시켜주시니 고맙고 또 가슴이 아프다. 얼마나 뼈아픈 이야기인가~

그리고 1분 30초만에 내 몸을 바꿀수 있다는 것은 감동이었다.

눈을 감고 내 눈을 지긋이 누르며 눈에게 감사해하고 내 몸을 두팔로 꼬옥 감싸안으며 늘 정신없이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 짧은 순간' 내 몸과 진정으로 대화하며 몸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해주는 특별한 체험이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작품이 끝날때마다 끊임없이 질문하셨다.

그 질문 속에서 많은 것을 생각해 보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사방이 벽으로 막혀있을때 그 벽이 나를 점점 좁혀올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난 속으로 외쳤다.

그 벽을 어떻게든 뚫고 나올거예요!라고



마지막으로 몸과 그 몸을 투영해 보여주는 한지 한장으로 승화하는 행위 예술

입이 떡 벌어지는 한지 마임공연은 아이들에게는 다소 강렬한 충격으로 또 어른에게는 깊은 뜻을 내포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작품이었지 않나 싶다.



유진규 선생님은 저 한지라는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보는 사람마다 해석은 제 각각 이겠지만~

지금 껏 공연을 보며 이렇게 깊이 생각하면서 몰입해 본 적은 처음이었다.

마임과 함께한 유진규라는 마임 아티스트의 삶과 노력이 한 편의 마임 속에 녹아 들어가 절절히 표현해주는 것 같다.

참 긴 여운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