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도약! 목포 JUMP JUMP 페스티벌 3탄 <파랑새>

날짜
2015.12.01
조회수
137
등록자
김경아
학창시절 숱하게 외웠던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파랑새'는 어떻게 풀어낼지 참으로 기대가 컸습니다.

살아오면서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큰 법이었건만 그것은 기우일 뿐 '파랑새'는 오히려 더 큰 감동과 의식을 남겼습니다.




외세에 대항해 일어난 최초의 민족 운동으로 이후 의병투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던 동학을 농민군이 가장 크게 일어났던 곳인 전라도, 그 중에서도 무안의 동학이야기를 고통받는 민초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어 극 중간중간 거시적인 시선과 미시적인 관점을 넘나들며 동학농민혁명의 전반적인 전개과정을 간략하지만 강렬한 설명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를 도왔습니다.

더불어 우리 지역 극단 갯돌이 웅장하고 장엄한 연출과 맛깔나는 배우들의 연기와 친숙한 사투리와 지명들은 극의 몰입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1894년 갑오년의 동혁농민혁명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지역적 고유성이 더해져 동학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극 전개와는 다른 조명처리와 기법으로 상세한 설명이 더해진 1장에서는 동학군이 되어 떠나는 덕수를 대의를 위해 기꺼이 보내주었던 삼향면 작은 샛골 점례가 동학군의 행방을 쫓는 도팔에게 짓밟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는 처연한 아픔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어린 관객들을 고려해 점례의 죽음을 그리 직설적으로, 그리 오래도록 표현하지 않고도 그 아픔을 충분히 나타낼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2장에서는 싸늘한 분위기를 환기시킨 해제면 석용리 연무장 조교 빡새의 관중 속 등장으로 동학의 주된 사상과 농민군의 훈련과정들을 상세하고 재미난 설명과 더불어 우애깊고 효성깊은 노비출신 최주, 최단 형제의 사투리가 더욱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몽탄면의 천진난만하지만 속깊은 갑동이와 아버지 천수의 무사귀환만을 바라는 늙은 할머니를 찾아온 천수와의 감격스런 만남을 드러내놓고 기뻐할 수 없는 그들의 기쁨을 어쩜 그리도 재미나게 그려내는지...

그러나 그것도 잠시, 천수는 도팔에게 붙잡혀 사형에 처해지고 점례의 죽음을 전해들은 덕수가 아내를 그리며 부르는 '당신은 한울님'은 그 아픔이 느껴져 가슴이 뻐근하도록 아려와 눈물이 났습니다.




언제나 활기가 넘치는 창포만의 장터, 4장에서는 배상옥 장군과 덕수가 추적의 위기를 맞고 끝내 덕수와 나주성 전투의 최주, 최단 형제도 의로운 생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도피하는 배상옥을 잡아들이려는 일본 장군과 도팔의 무서운 계략이 계속되는 가운데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잡초같은 농민군들의 필사적이여서 아름답기까지했던 움직임을 끝으로 5장은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오로지 나라만을 걱정하는 순수 백의민족 농민들의 자진해산으로 실패해 외세의 침략에 굴복해야했지만 동학이 남긴 여러 시대적 의미를 우리로 하여금 다시 새기게 만드는 뜻깊은 역사의 한 구간을 지나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 지역 극단이 보여준 기대 이상의 수준높은 '파랑새'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곳곳에 큼지막한 갯돌을 놓아 그 돌멩이를 발판삼아 민족적인 마당극의 교두보로 우뚝 서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