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보가 기가 막혀

날짜
2015.12.01
조회수
121
등록자
김경아

참으로 제목도 요상하다.

'흥보가 기가 막혀'는 그렇다 칠 수 있지만 '놀보가 기가 막혀' 라니 오히려 내가 기가 막힐 노릇이었습니다.




시대가 많이 변해가니 제목도 그렇거니와 주인공 놀보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21C 버전의 놀보가 탄생한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고약했던 놀보의 심술보를 많이 누그러뜨리고 유머스럽고 익살스러워 재미를 위주로 한 신판 창극 놀보전이였습니다.



권선징악적 우리네 정서상 착한 동생 흥보를 내쫓는 놀보를 비난하는 게 인지상정이기에 놀보의 입장에서의 변은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지 아직도 우리는 선한 마음이 남아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님 장시간 학습화된 주입식 교육 덕분인지 내 몸 속 세포 하나하나까지도 자식 열넷이나 데리고 쫓겨나간 흥보에게 측은지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극전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놀부의 아들이 등장한 것은 어색했지만 퀵보드를 타는 마당쇠라든가 가사도우미 삼월이의 등장, 최신식 흥보의 아이들까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시대의 흐름에 맞춰 탈바꿈해서인지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었습니다.



연륜은 괜히 생기는 게 아닌지라 대본에 없었을 듯한 뛰어난 애드립을 선보인 놀보역을 하신 분은 거의 연기자를 하셔도 무방할 것 같았습니다.

그 놀보역 덕분에 간만에 얼마나 맘놓고 웃어봤는지 모르겠습니다.

부실한 삯군들을 보고 "어디서 폐품만 주워왔냐"는 놀보의 대사는 다시 생각해도 실실 웃음이 터져나옵니다.



국악단의 명쾌한 연주와 함께 장구와 소고를 치는 유들유들, 낭창낭창한 움직임들은 곱디고운 한복과 어우러져 눈과 귀가 호사스러운 진풍경을 연출하며 언제나 그렇듯 우리 것은 참으로 아름답고 또 아름다웠습니다.




만고불변의 진리 ~~~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