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콘서트 유진규의 '마임'

날짜
2015.12.01
조회수
118
등록자
김경아
년이 넘도록 이곳을 떠나 본적 없이 지리하도록 목포에 쭈욱 살아오면서 내가 하우스 콘서트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 이리도 고맙게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다양한 문화예술의 여러 장르를 누구나 손쉽게, 게다가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우물 안 개구리로만 사는 나에게 삶의 오아시스 같기 때문입니다.

다만 하우스 콘서트는 수준높은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을 같은 자리에서 편안히 쉽게 접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으나 한 번 그 맛을 보면 중독의 위험이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아! TV로만 숱하게 뵙던 그 분이 내 앞에서 왔다갔다하시다니...

칼바람을 뚫고 온 많은 아이들을 위해 등장부터 시선끌기에 충분히 그분다운 모습이셨습니다.

자그마하시고 그 연세에도 군더더기 없는 날렵하고 사뿐한 몸짓과 주름 하나하나까지도 살아있는 표정연기를 위해 존재하는 양 온화한 인상은 참으로 긴 외길을 걸어온 그 분의 연륜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던 향수어린 풍선껌 씹기는 오랜만에 추억의 책장을 넘기자 마르고 닳도록 벽에 붙였다 떼먹었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유진규님은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의 특징을 말없이 몸짓과 표정으로 나타내는 것이 마임이라 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몸짓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셨습니다.




[가면]을 벗고 내면의 나, 진정한 나의 소리에 귀기울여 표현해 나에게만 집중하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시며 오랜 시간 사회화되어, 틀에 갇혀 규격화되고 정형화되고 학습된 것에만 익숙한 아이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맘껏 누리라는 뜻을 전하셨습니다.

그것은 마치 저에게 거짓, 가식, 왜곡없이 내가 원하는 내 안의 나를 끄집어내어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삶을 추구하라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우리는 눈에 보이는 존재하는 것, [있다]는 것만 믿으려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없다]는 것은 믿으려고도 하지 않는 세태를 꼬집고자 하셨습니다.

살면서 갑자기 [벽]에 갇힌다면 어찌 될 것인지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참으로 난감하여 가슴이 갑갑해짐을 느꼈습니다.

우리네 쳇바퀴 돌아가는 답답한 일상을 사는 [한지]에 비친 또다른 나는 세파에 흔들려 숨가쁘게 펄럭이기도, 일그러지기도 했다가, 이내 다시 곳추서서 비상하기도 하는 인생의 굴곡진 여러 단면들을 보여주신 것 같아 힘든 나의 삶을 담담히 받아들이라 말씀하시는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가루는 치면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하면 할수록 거칠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래서그런지 말이 주는 폭력에 가까운 심각성을 알기에 사람과 사람 사이, 특히 부부간에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신체언어로 소통한다면 좀 더 심신의 평화가 오지 않을까 싶어 같이 오지 않은 남편에게 오늘 마임을 시도해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몸으로만 표현하려고하니 적확한 뜻으로 압축을 가하는 사이, 표현하려는 창작의 기쁨을 누리는 사이에 시나브로 마음의 불은 꺼질 것이라 감히 장담합니다.



그 분은 내면의 '나'가 말하는 대로의 나 자신을 대면하고 참되게 순간순간을 살라는 말씀들을 전하셨습니다.

그것은 그분의 나풀나풀, 너울너울, 사뿐사뿐, 팔랑팔랑거리는 몸짓들이 전하는 강렬한 메세지로 각인되어 내면의 나와 마주했던 시간들로 깊이 아로새겨질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로 보자면 유진규님의 몸언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문학으로 치자면 압축된 언어로 많은 의미를 내포한 함축되고 절제된 언어로 표현해서 그 의미를 새겨가며 읽어야 할 시에 가까운 느낌이 들어 시집 한 권 읽고 나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연륜이 느껴지는 연세에도 온 몸으로 전하시는 언어들이 역동적이고 필사적이기까지 하여 처절하게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선사해주신 유진규님께 삼행시를 지어올립니다.




유 - 유일무이한 유진규님의

진 - 진기명기를 무형문화재로

규 - 규정되어야 한다 주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