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인권위와 사람들] 검사 앞에선 메모도 못 하나요? /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에게 시정권고명령....
- 날짜
- 201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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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5
- 등록자
- 박OO
국가인권위원회 2012. 3~4월호 책자와 홈페이지기사
[인권위와 사람들] 검사 앞에선 메모도 못 하나요? | 글 송초아
박남호(49) 씨는 목포 토박이 사업가다. 군 제대 이후, 20대 후반부터 사업가로 성장하기 위한 길을 걸어왔다. 고향인 목포를 기반으로 하지만 서울도 자주 오간다.
2010년 2월, 그날도 하필 서울에 올라온 차에 박 씨는 검사 사무실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속히 오라는 내용이었다. 박 씨는 한 해 전, 사업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지인과 분쟁이 생겨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한 적이 있다. 검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고소인이 항고했고, 사건은 다른 검사에게 배당되었다. 바로 그 항고 사건 담당 검사 측에서 전화로 출석 요구를 한 것이었다.
박 씨는 새벽길로 목포에 내려가 다음 날 검찰청을 찾아갔다. 담당 검사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박 씨는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담당 검사가 수사계장에게 박 씨의 소지품을 받아 봉투에 넣으라고 지시한 것이다. 예전엔 없던 일이었다.
‘나를 구속시키려고 하는구나!’
박 씨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조사가 시작되자 담당 검사에게 자신이 진술한 것을 메모하겠다고 했다. 누락된 진술이 있으면 나중에라도 추가 진술서를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검사는 허락하지 않았다. 진술을 영상녹화해달라는 요청도 했지만 이 역시 들어주지 않았다. 해서 조사를 마친 후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확보하기 위해 사건기록 열람 등사 신청을 했지만 이것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불허되었다. 결국 박 씨는 수사가 진행 중인 동안 자신이 검사 앞에서 어떤 진술을 했는지에 대한 그 어떤 기록도 갖지 못했다. 그는 부당함을 느끼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내가 한 말을 내가 메모하는데 뭐가 수사에 방해가 된다는 겁니까?”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담당 검사가 ‘조사자의 질문 사항에 대한 메모가 허용된다면 메모한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조사 방해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박 씨는 이렇게 말했다.
메모 행위는 기본권인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해당한다.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법률에 그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신문 과정에서 피의자의 메모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적 근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메모 행위와 같은 보조적인 행위를 할 권리가 피의자에게 당연히 있다고 보고, 검찰총장에게 피의자 신문 시 피의자에게 메모 행위를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박 씨의 송사는 햇수로 무려 3년을 끌었다. 그는 지난해 6월경 법원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동안 자신의 심적인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박 씨는 두 자녀가 아빠가 겪는 일 때문에 혹 상처를 받지 않았을지 걱정했다.
“당시 아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학부모운영위원장을 해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아들을 생각하면 했어야 하는데, 송사에 휘말린 처지에 혹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꺼려져 거절했습니다.” 하며 박 씨는 안타까워했다.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을 원칙적으로 인정하는 우리나라 형사재판은 공판중심주의(공개된 법정에서 증거를 조사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법관의 심증을 토대로 유 ∙ 무죄를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를 충실히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피의자신문조서는 수사관이 피의자로부터 들은 진술을 증거로 제출하는 전문(傳聞) 증거이기 때문이다. 공개된 법정에서 대등한 당사자로서 행한 공방보다 수사기관이 우월적 지위에서 밀행적으로 작성한 조서에 과도한 영향력이 부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신문 시 메모를 금지하는 관행으로 인해 피의자는 자신이 검사 앞에서 무슨 진술을 했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기록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이제 공은 법무부로 넘어갔다. 앞으로 박 씨와 같은 피의자들이 메모 행위를 통해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방해받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울러 박 씨의 진정이 현 피의자신문조서 작성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법무부의 긍정적인 검토와 권고수용을 기대해본다.
[인권위와 사람들] 검사 앞에선 메모도 못 하나요? | 글 송초아
박남호(49) 씨는 목포 토박이 사업가다. 군 제대 이후, 20대 후반부터 사업가로 성장하기 위한 길을 걸어왔다. 고향인 목포를 기반으로 하지만 서울도 자주 오간다.
2010년 2월, 그날도 하필 서울에 올라온 차에 박 씨는 검사 사무실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속히 오라는 내용이었다. 박 씨는 한 해 전, 사업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지인과 분쟁이 생겨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한 적이 있다. 검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고소인이 항고했고, 사건은 다른 검사에게 배당되었다. 바로 그 항고 사건 담당 검사 측에서 전화로 출석 요구를 한 것이었다.
박 씨는 새벽길로 목포에 내려가 다음 날 검찰청을 찾아갔다. 담당 검사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박 씨는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담당 검사가 수사계장에게 박 씨의 소지품을 받아 봉투에 넣으라고 지시한 것이다. 예전엔 없던 일이었다.
‘나를 구속시키려고 하는구나!’
박 씨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조사가 시작되자 담당 검사에게 자신이 진술한 것을 메모하겠다고 했다. 누락된 진술이 있으면 나중에라도 추가 진술서를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검사는 허락하지 않았다. 진술을 영상녹화해달라는 요청도 했지만 이 역시 들어주지 않았다. 해서 조사를 마친 후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확보하기 위해 사건기록 열람 등사 신청을 했지만 이것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불허되었다. 결국 박 씨는 수사가 진행 중인 동안 자신이 검사 앞에서 어떤 진술을 했는지에 대한 그 어떤 기록도 갖지 못했다. 그는 부당함을 느끼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내가 한 말을 내가 메모하는데 뭐가 수사에 방해가 된다는 겁니까?”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담당 검사가 ‘조사자의 질문 사항에 대한 메모가 허용된다면 메모한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조사 방해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박 씨는 이렇게 말했다.
메모 행위는 기본권인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해당한다.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법률에 그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신문 과정에서 피의자의 메모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적 근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메모 행위와 같은 보조적인 행위를 할 권리가 피의자에게 당연히 있다고 보고, 검찰총장에게 피의자 신문 시 피의자에게 메모 행위를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박 씨의 송사는 햇수로 무려 3년을 끌었다. 그는 지난해 6월경 법원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동안 자신의 심적인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박 씨는 두 자녀가 아빠가 겪는 일 때문에 혹 상처를 받지 않았을지 걱정했다.
“당시 아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학부모운영위원장을 해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아들을 생각하면 했어야 하는데, 송사에 휘말린 처지에 혹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꺼려져 거절했습니다.” 하며 박 씨는 안타까워했다.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을 원칙적으로 인정하는 우리나라 형사재판은 공판중심주의(공개된 법정에서 증거를 조사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법관의 심증을 토대로 유 ∙ 무죄를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를 충실히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피의자신문조서는 수사관이 피의자로부터 들은 진술을 증거로 제출하는 전문(傳聞) 증거이기 때문이다. 공개된 법정에서 대등한 당사자로서 행한 공방보다 수사기관이 우월적 지위에서 밀행적으로 작성한 조서에 과도한 영향력이 부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신문 시 메모를 금지하는 관행으로 인해 피의자는 자신이 검사 앞에서 무슨 진술을 했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기록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이제 공은 법무부로 넘어갔다. 앞으로 박 씨와 같은 피의자들이 메모 행위를 통해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방해받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울러 박 씨의 진정이 현 피의자신문조서 작성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법무부의 긍정적인 검토와 권고수용을 기대해본다.




